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기계처럼 살지 말고, 즐기는 인간이 되자

Writing/By me

[오늘의 글] 1경비단을 떠나며

코방코 2022. 8. 1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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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6일 25사단 신병교육대로 입소하여,

2022년 8월 15일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에서 군생활을 끝마쳤다.

아빠는 내가 훈련소에 있을 때 인터넷 편지로 국방부의 시계는 거꾸로 둬도 간다는 위로를 했다.

아빠는 거꾸로라는 의미를 그래도 시간이 흐름을 강조한다는 의미로 사용했겠지만

지금 내게는 나를 거꾸로 뒤집는 듯한 온갖 역경과 고난에서도 시간은 흐른다는 의미로 생각된다.

그만큼 내 군생활은 평탄하지 않았던 군생활이었다.

 

몸만 다치지 말고 중간 정도만 하라는 말들을 무시했다.

이왕 하는 군생활 정말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기에 굳이 하지 않아도 됐던 일도 내가 나서서 했다.

 

나는 1경비단이 경계작전을 수행했을 때 이에 작전을 수월하게 만들어주는 CCTV 조작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그것은 내 인생에 있어서 전환점이 된 사건이었다.

군 생활을 하면서 내가 무언가를 만들어 작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기쁨이었다.

그리고 그것의 기반이 코딩인 것은 더더욱 기뻤다.

같은 영상감시를 하는 병사들이 나에게 덕분에 엄청나게 편해졌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

그것은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내 손으로 만들어진 아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성취감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운이 좋게도 단장의 관심에 들었고, 덕분에 우리 소초뿐 아니라 전 소초가 향상된 효율로 작전할 수 있도록 코딩 TF를 만들어서 파견을 가서 제작해주는 계획까지 세워졌다.

나는 그 아이가 많은 이들에게 더 사랑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더 노력했고, 그것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때 청와대 이전이 확정된다.

이로 인해 기존 작전의 중요성이 떨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작전을 수행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기에 나는 소초를 돌아다니지는 못했지만, 내가 있는 곳에서라도 내가 사랑하는 동료들을 위해서 여태까지 노력한 것을 완성시켰다.

 

그러나 그것을 완성한 나의 가슴에는 오히려 비수가 박혔다.

하루는 작전의 중요성은 줄어들었더라도 노력한 것에 대해 중대장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나의 노력을 어필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인정이 아닌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중대원들이 내 프로그램을 안 쓴다는 말이었다.

자신이 영상감시 근무하는 것을 볼 때 내 프로그램 쓰는 것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그것은 믿는 도끼에 발등을 10번 찍혀 넘어가는 기분이었다.

솔직히 너무 화가 났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은 내 노력을 부정당하는 것이다.

그것도 그것을 잘 모르는 사람한테 말이다.

나는 누군가의 조언을 귀담아 들으려고 한다.

그것을 나의 배울 기회로 삼는다.

그렇기에 군에 있을 때도 꾸준히 책을 읽었다.

그러나 이런 근거없는 평가절하는 나를 너무 화나게 만들었다.

그런 말은 단 한 번이라도 영상감시병과 6시간을 함께 근무했으면 할 수 없는 말이었다.

단 한 번이라도 영상감시병에게 프로그램의 유용성에 대해 질문했으면 할 수 없는 말이었다.

더 열이 받는 것은 청와대 이전 전에는 나에게 코딩 TF를 만들어서 전 소초에 파견을 가서 최적화해보자는 말을 해놓고,

청와대 이전으로 인한 작전 변동 이후에는 해당 사항을 단장을 포함한 높은 곳에서 요구하지 않으니 그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완전히 토사구팽 당했다.

 

그것은 나의 열정 그 자체였다.

밤잠을 줄여가면서 타자를 두드렸고, 매일 고뇌했다.

어떻게 하면 중대원들이 더 편하게 작전하고 편하게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을지

매일 근무를 평균 9시간을 소화하면서, 잠을 5시간으로 줄여서 그것을 만들었다.

이를 우리 1경비단 전부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내 목표였고 그것을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고 있었다.

 

우리 중대의 리더라는 사람은 단 한마디로 나를 무너뜨렸다.

리더는 그런 것이 아니다.

리더는 늘 자신의 아래를 돌봐야한다.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내가 희생하면 저들도 나를 위해 그렇게 할 거라는 생각을 심어줘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레 구성원들은 리더의 목표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중대의 리더라는 사람은 자신의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구성원들을 이용했다.

그런 리더가 있는 조직 구성원은 리더가 자신에 대한 권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리더의 말대로는 할 것이다.

그러나 절대로 그 리더를 따르진 않을 것이다.

정말로 앞뒤가 잘못되었다.

윗사람에게 잘 보이는 것은 뛰어난 조직을 만들 때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다.

 

[TED] 왜 좋은 리더는 안전함을 느끼게 해주는가? - Simon Sinek

Why good leaders make you feel safe | Simon Sinek | 2014 내용 (Summary) 자신의 부하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리더들을 볼 때가 있다. 그런 조직에서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물으면, 그들도 자신을..

cobang.tistory.com

 

이 집단에 혐오감이 생기는 것은 내 가까운 동료들 때문이 아니라

수구적인 일부 우두머리들 때문이다.

아래를 돌봐야 하는데, 위를 돌보고 있다.

이것이 고착화된 군의 문제이다.

집단의 발전이 없는 이유이다.

군 전체의 위상이 실추되고, 군인을 무시하는 이유이다.

 

아마도 대한민국 국민의 40%가 군에 다녀올 것이다.

그러나 떠나는 이들이 군에 대한 좋은 인식이 없고,

우리나라의 국방력에 의문감과 실망만 갖고 떠나는데 어떻게 군인의 인식이 좋아지는가?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

그 사람도 분명 그렇게 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냥 안타까울 뿐이다.

 

이 나라의 국방이 겨우 이 수준이라는 사실을 알고

군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안고 전역한다.

이것은 개인으로부터 확대되어 군에 대한 집단의 이미지가 될 것이다.

그러한 인식은 계속 대물림될 것이다.

 

IT 강군 같은 소리는 들을 때마다 웃음만 나온다.

허울 좋은 소리만 하고 있다.

정작 안에선 결국 비효율적인 접대만 일어나고 있을 뿐이다.

시대에 발맞춰 변화하지 않으면, 결국엔 무너질 것이다.

난 그저 나가면 끝이다.

오히려 이대로 변화 없을 이 집단이 걱정된다.

 

그날부로 난 영상감시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나는 그런 말에 “아 그런 것입니까?”라는 대답밖에 할 수 없었다.

군은 그런 곳이다.

구차한 설명으로 말대꾸하기 싫고,

감정적으로 대응하여 상관 모욕으로 트집 잡히기도 싫었다.

그 이후로 나는 그 사람을 위하여 행동하지 않았다.

 

드디어 토할 것 같은 혐오감과 발전 없는 비효율성이 팽배한 집단에서 벗어났다.

내가 군에서 배운 것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많다.

대부분은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서 이렇게 해야지가 아니라 저렇게 하지 말아야겠다 이다.

그리고 그런 집단으로부터 내 삶이 자유가 되었다는 것에 한없이 감사하다.

 

나는 오늘부로 인생의 다음 페이지에서 새로 시작하게 된다.

새 페이지에서 내가 새롭게 써 내려갈 이야기들이 너무나도 기대되고 설렌다.

이제 다시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위해 열정으로 달려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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